파운드리란 무엇일까? 팹리스와 나눠 맡는 일을 찾아봤다
반도체를 만들었다는 말만으로는 설계했는지 생산했는지 알기 어렵다. 파운드리를 이해하려고 각 회사가 맡는 일부터 나눠봤다.
찾아본 계기: 반도체를 ‘만든다’는 말이 헷갈렸다
파운드리라는 말을 보고, 반도체를 설계하는 회사와 실제로 생산하는 회사가 어떻게 다른지 궁금했다. 둘 다 반도체를 만든다고 표현하면 어느 쪽이 무슨 일을 했는지 구분하기 어렵다. 그래서 삼성반도체의 한국어 용어사전과 사업 소개를 직접 찾아봤다.
먼저 답부터 적으면, 파운드리는 외부 업체가 설계한 반도체를 위탁 생산하는 업체를 뜻한다. 삼성반도체 용어사전은 설계를 전문으로 하는 팹리스, 설계부터 생산까지 자체적으로 수행하는 종합 반도체 업체인 IDM과 구분해 설명한다.
이 정의에서 내가 주목한 부분은 ‘공장이 있다’보다 ‘외부 업체의 설계를 받아 생산한다’였다. 파운드리를 이해하는 기준은 건물의 유무만이 아니라 맡은 역할에 있다.
핵심 정리: 설계와 생산 사이에도 역할이 있다
삼성반도체의 생태계 설명을 읽고, 낯선 회사 소개를 볼 때 확인할 질문으로 정리했다. 아래 표는 기업의 우열이 아니라 역할을 구별하기 위한 메모다.
| 구분 | 공식 자료에서 설명하는 역할 | 내가 확인할 질문 |
|---|---|---|
| 팹리스 | 반도체 설계에 집중하고 생산·패키징·테스트는 외주로 진행하며, 완성된 칩을 자사 브랜드로 판매한다 | 이 회사가 제품을 설계하고 자기 브랜드로 판매하는가? |
| 디자인하우스 | 팹리스의 설계를 파운드리 생산공정에 적합하게 최적화한다 | 설계를 특정 제조공정에 맞추는 일을 맡았는가? |
| 파운드리 | 위탁받은 반도체의 생산 공정을 담당한다 | 고객의 설계를 받아 생산하는가? |
| OSAT | 반도체 패키징과 테스트를 담당한다 | 생산 전체가 아니라 패키징·테스트를 맡았다는 설명인가? |
이렇게 나누니 ‘설계 회사 아니면 생산 회사’라는 구분만으로는 부족했다. 설계를 공정에 맞게 다듬는 역할과 패키징·테스트 역할도 따로 살펴야 한다. 다만 이 표를 모든 제품이 반드시 같은 업체 구성과 순서를 거친다는 뜻으로 읽지는 않는다.
가상 예시: 칩에 적힌 브랜드가 제조사일까?
다음은 실제 제품이나 거래가 아닌, 역할을 구분하기 위한 가정이다.
A사가 칩을 설계하고 생산·패키징·테스트를 외주로 맡긴 뒤 자기 브랜드로 판매한다고 하자. B사는 A사의 설계를 받아 생산하고, C사는 패키징과 테스트를 맡는다.
위 공식 설명에 적용하면 A사의 역할은 팹리스, B사는 파운드리, C사는 OSAT에 해당한다. 따라서 칩에 A사의 브랜드가 표시돼 있다는 이유만으로 A사가 직접 생산했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 판단을 바꾸는 조건은 브랜드가 아니라, 설계와 생산을 각각 누가 맡았는지다.
예를 들어 제품 소개에 A사의 이름만 나온다면 설계·판매 주체는 확인할 수 있어도, 그 정보만으로 B사의 이름까지 알아낼 수는 없다. 특정 칩의 제조사를 알고 싶은 상황이라면 해당 제품의 생산 주체를 명시한 별도 자료가 필요하다고 정리했다. 위 역할 설명은 개별 제품의 제조사를 증명하는 자료가 아니기 때문이다.
더 궁금해서 찾아본 내용: 파운드리는 설계와 무관할까?
설계는 팹리스가 맡는다고 하니, 파운드리는 설계와 관련된 일을 전혀 하지 않는지도 궁금해졌다.
삼성전자 Foundry 사업부 소개에는 고객 칩 생산뿐 아니라 라이브러리, PDK인 공정 설계 키트, DM인 설계 방법론, 디자인 서비스 인프라 등 설계 지원 솔루션도 나온다.
이 내용을 보면 ‘팹리스는 설계, 파운드리는 생산’이라는 구분은 기본 역할을 이해하는 출발점이지, 파운드리에 설계 지원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 반대로 설계를 지원한다는 설명만으로 고객 제품 자체를 파운드리가 기획·설계했다고 볼 수도 없다.
앞으로 회사 소개에서 ‘설계 지원’이라는 표현을 만나면 제품 자체의 설계를 말하는지, 고객 설계를 제조공정에 연결하는 지원을 말하는지 구분해 읽으려 한다. 이번에 찾아보고 얻은 기준은 회사 이름을 외우는 것보다, 그 회사가 해당 칩에서 무엇을 맡았는지 확인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