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ur seasons, and you
여러 계절이 흘러도 남는 ‘우리’라는 공식 소개를 바탕으로, 이 곡에서 ‘너’와 계절이 어떤 관계를 만드는지 읽어본다.
이 곡을 한 문장으로 읽으면 질문은 간단하다. 계절이 지나도 남는 것은 무엇인가.
판타지오는 이창섭의 미니 3집 《Lee;Make (Fragmenta Amoris)》를 2026년 9월 15일 오후 6시에 공개하며, 타이틀곡을 ‘사계, 그리고 너’로 소개했다. 곡의 메시지는 여러 계절이 흘러도 찬란했던 ‘우리’가 남아 있다는 데 있다. 판타지오 공식 보도자료와 멜론매거진의 앨범 소개가 공통으로 짚는 지점도 여기다.
이 곡에서 계절은 배경이 아니라 시간의 단위다
‘사계’를 날씨나 계절별 풍경으로만 읽으면 곡의 중심을 놓치기 쉽다. 공식 소개에서 계절은 관계가 지나온 시간을 세는 단위에 가깝다. 봄·여름·가을·겨울의 차이를 설명하기보다, 시간이 충분히 흘렀다는 사실을 먼저 보여준다.
그래서 핵심 질문도 ‘어떤 계절이 가장 좋았나’가 아니다. 시간이 흐른 뒤에도 기억 속에서 사라지지 않는 것은 무엇인지 묻게 된다. 이 관점으로 보면 곡 제목의 ‘너’는 특정한 정보를 채워야 하는 인물이라기보다, 여러 시간을 하나의 기억으로 묶는 중심이 된다.
‘너’보다 중요한 말은 ‘우리’다
제목은 ‘너’를 향하지만, 공식 설명은 ‘우리’를 남아 있는 것으로 말한다. 이 차이가 이 곡을 단순한 인물 지칭에서 관계의 기억으로 넓힌다. 누구인지, 어떤 사건이 있었는지를 자세히 알지 못해도 ‘우리’였던 시간이 있었다는 구조는 이해할 수 있다.
이것은 감상을 정해주는 해설이 아니다. 오히려 듣는 사람이 자신의 기억을 대입할 여지를 남긴다. 이 곡에서 중요한 것은 상대의 신상이나 사건의 전말이 아니라, 시간이 지난 뒤에도 둘 사이의 장면이 어떤 형태로 남는가다.
앨범의 두 번째 자리에서 읽는 방법
공식 트랙리스트에서 ‘사계, 그리고 너’는 ‘영화 같은 이야기’ 다음에 놓이고, 뒤에는 ‘또 사랑이라니’, ‘이름 없는 별’, ‘초록별’이 이어진다. 이 순서만으로 창작자의 의도를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한 곡만 떼어 듣는 대신 앨범 안에서 들으면, 이야기의 시작 뒤에 시간이 흐르고 그 뒤에 감정과 이미지가 남는 흐름으로 읽어볼 수 있다.
이때 ‘사계’는 완결된 결론이라기보다 기억을 통과시키는 구간이 된다. 앞의 이야기가 무엇이었는지, 뒤의 곡들이 어떤 감정으로 이어지는지는 각자 확인할 몫이다. 확실한 것은 앨범이 이 곡을 사랑의 조각들을 엮은 작품의 타이틀로 세웠다는 점이다.
계절이 바뀐 뒤에도 남는 질문
‘Four seasons, and you’의 답은 새로운 계절을 기다리는 데 있지 않다. 이미 지나간 시간 속에서 무엇이 남았는지를 바라보는 데 있다. 그래서 ‘너’는 한 사람을 가리키면서도, 그 사람과 함께 보낸 시간이 현재의 기억을 움직이게 하는 이름으로 읽힌다.
계절은 계속 바뀌지만 기억은 달력처럼 자동으로 정리되지 않는다. 이 곡은 그 차이를 ‘사계’와 ‘너’ 사이에 놓는다. 시간이 흘렀다는 사실과, 그 시간이 아무것도 남기지 않았다는 결론은 같지 않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