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하는 남자들은 얼마나 하고 있을까: ‘한다’와 ‘나눈다’ 사이
맞벌이 남성의 가사시간은 늘었지만, 그 사실만으로 분담이 같아졌다고 말할 수는 없다. 대상 범위와 가사노동의 정의부터 나눠 봐야 한다.
‘살림하는 남자들’이라는 말은 남성이 집안일을 하느냐를 묻기에는 쉽다. 하지만 실제 분담을 판단하기에는 조금 넓은 표현이다. ‘한다’는 참여이고, ‘나눈다’는 분담이기 때문이다.
‘맞벌이’라는 말만으로는 숫자를 고를 수 없다
먼저 통계가 다루는 가구의 범위를 봐야 한다. 국가데이터처의 2024년 생활시간조사 결과는 18세 미만 자녀가 있는 맞벌이 가구를 따로 제시한다. 이 범위에서 남편의 가사노동시간은 1시간 24분, 아내는 3시간 32분이었다. 아내가 남편보다 2시간 8분 많았다.
2019년과 비교하면 같은 범위에서 남편의 가사노동시간은 13분 늘었고, 아내는 17분 줄었다. 남성의 참여가 늘었다는 변화는 보이지만, 두 사람의 시간 배분이 같아졌다는 뜻은 아니다.
한편 ‘2025 통계로 보는 남녀의 삶’이 제시한 맞벌이 가구의 하루 가사시간은 남성 59분, 여성 2시간 51분이었다. 이 표에서는 2019년 남성 54분, 여성 3시간 7분으로 나타났다.
두 자료의 숫자가 다른 것은 어느 한쪽이 틀려서가 아니다. 한 자료는 ‘18세 미만 자녀가 있는 맞벌이 가구’를, 다른 자료는 ‘맞벌이 가구’를 제시한다. 따라서 ‘맞벌이 남성은 하루에 몇 분 살림한다’고 말하려면 먼저 어떤 가구를 가리키는지 밝혀야 한다.
남성의 가사시간 증가는 평등과 같은 말이 아니다
두 자료에서 공통으로 읽히는 방향은 있다. 각각의 비교 범위에서 2024년 남성의 가사시간은 2019년보다 늘었다. 그러나 여성의 시간도 함께 놓고 보면, 남성이 집안일을 한다는 사실과 가사 부담이 균등하다는 판단은 분리해야 한다. 두 표 모두 해당 범위에서 여성의 가사시간이 남성보다 길다.
또한 국가데이터처가 말하는 가사노동은 단순히 청소나 요리만을 뜻하지 않는다. 가정관리와 가족·가구원 돌보기를 합친 시간이다. 그래서 ‘살림하는 남자’라는 표현을 볼 때는 어떤 집안일을 했는지만이 아니라, 관리와 돌봄까지 포함한 전체 생활시간을 보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살림한다’를 판단할 때 남겨야 할 질문
이번 통계가 보여주는 결론은 ‘남자도 살림한다’에서 멈추지 않는다. 더 정확한 질문은 ‘같은 가구 조건에서 남녀가 생활을 얼마나 함께 부담하는가’에 가깝다.
통계는 특정 남성이 어떤 일을 맡았는지, 한 가정이 그 분담을 공평하다고 느끼는지까지 말해주지 않는다. 대신 참여의 변화와 남녀 사이 시간 차이는 보여준다. 그러므로 ‘살림하는 남자’라는 말은 참여를 설명하는 표현으로는 쓸 수 있지만, 공평한 분담의 증거로 곧바로 사용할 수는 없다.
살림을 둘러싼 논의에서 중요한 것은 남성이 집안일을 ‘하느냐’만이 아니다. 어떤 범위의 가구를 말하는지, 가사노동에 무엇이 포함되는지, 그리고 두 사람의 시간이 어떻게 나뉘는지를 함께 볼 때 비로소 생활의 분담에 가까운 답을 얻을 수 있다.